지금 투자를 하고 있습니까, 매매를 즐기고 있습니까 : 투자의 기원과 매매 도파민의 뇌과학

투자는 왜 생겼을까요? 바빌로니아의 씨앗에서 동인도회사까지, 투자의 본질과 매매 도파민이 그 본질을 지우는 뇌과학적 이유를 정리했습니다.

나는 지금 투자를 하고 있는 걸까요, 드라마를 즐기고 있는 걸까요

이런 문장을 읽었습니다.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이 드라마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원래 드라마의 본질은 즐기기 위한 것이었는데 말이다.”

크리스 나이바우어, 뇌는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


읽는 순간 멈췄습니다.

드라마. 즐기기 위한 것. 그런데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이 문장을 투자에 대입하면 불편한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나는 지금 투자를 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투자라는 드라마를 즐기고 있는 걸까요.

차트가 오를 때의 짜릿함. 커뮤니티에서 종목을 검색하는 시간. 수익이 났을 때 스크린샷을 찍고 싶은 충동. 손실이 났을 때 밤새 차트를 보는 행동.

이것들이 투자의 본질인가요. 아니면 투자라는 이름의 드라마를 진지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더 근본적인 질문도 있습니다.

애초에 투자는 왜 생겼을까요.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행위일까요.

그 기원으로 돌아가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 진짜 투자인지 아닌지가 보입니다.


투자는 왜 생겼는가 : 기원으로 돌아가면

기원전 1750년, 최초의 투자

투자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됩니다.

기원전 1750년경, 고대 바빌로니아.

한 농부가 있습니다. 씨앗을 심으면 가을에 열 배의 수확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씨앗이 없습니다.

한 상인이 있습니다. 곡식이 있지만 직접 농사를 지을 시간이 없지요.

둘이 계약을 맺습니다.

상인이 씨앗을 제공합니다. 농부가 농사를 짓습니다. 수확 후 수익을 나눕니다.

이것이 인류 최초의 투자 형태입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자원을 미래의 더 큰 가치를 위해 내어놓는 행위.

자본이 필요한 곳에 자본을 연결하고 그 결과로 만들어진 가치를 나누는 것.

1602년, 주식의 탄생

현대적 의미의 투자는 1602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서 시작됩니다.

당시 인도까지 항해는 엄청난 비용이 들었습니다. 배 한 척을 준비하는 데만 웬만한 개인의 전 재산이 필요했지요.

그리고 항해는 실패할 수도 있었습니다. 폭풍, 해적, 질병. 한 번 실패하면 전부 잃었습니다.

동인도회사는 문제를 이렇게 풀었습니다.

한 사람이 전부 감당하지 않습니다. 여럿이 조금씩 자본을 냅니다. 리스크를 나눕니다. 수익도 나눕니다.

주식의 탄생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사업을 여럿이 함께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

투자자는 기업의 성장에 자본을 제공하고 기업은 그 자본으로 더 큰 가치를 만들고 그 가치를 나눕니다.

투자를 하는 세 가지 본질적 이유

역사를 보면 투자를 하는 이유가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좋은 사업에 자본을 연결하기 위해서입니다. 가치 있는 기업이 성장하도록 자본을 제공하고 그 성장의 일부를 함께 누리는 것.

둘째, 인플레이션을 이기기 위해서입니다. 돈을 그냥 쌓아두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줄어듭니다. 자본이 장기적으로 일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셋째, 노동 이외의 소득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인간의 시간은 유한합니다. 자본이 스스로 일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런데 이상합니다.

기원으로 보면 투자는 조용한 행위입니다. 씨앗을 심고 기다리는 것. 배를 띄우고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

그 어디에도 차트를 1분마다 새로고침하거나 커뮤니티에서 “이 종목 어떻게 생각해요?”를 묻는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언제부터, 어떻게 투자가 이렇게 바뀐 걸까요.


핵심 포인트

투자의 기원은 자본이 필요한 곳에 자본을 연결하는 행위입니다. 주식은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사업을 여럿이 함께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투자의 세 가지 본질은 자본 연결, 인플레이션 방어, 장기 소득입니다. 그 어디에도 매일 차트를 보는 행위는 없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드라마가 됐는가

좌뇌가 만드는 이야기

나이바우어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뇌의 좌반구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일어난 일들을 연결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나”라는 서사를 만들어냅니다. (출처: 크리스 나이바우어, 뇌는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 2019)

이 기능은 원래 생존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풀숲이 흔들린다, 사자가 있을 수 있다. 구름이 어둡다, 비가 올 것이다. 패턴을 찾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런데 이 기능이 주식 시장에서는 과잉 작동합니다.

차트가 3일 연속 올랐습니다. 좌뇌가 즉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 종목은 상승 추세다.” “다음 주도 오를 것이다.” “지금 사야 한다.”

실제로는 3일의 등락이 아무 의미 없는 노이즈일 수 있지만 좌뇌는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믿기 시작합니다.

도파민이 드라마를 강화하는 방식

뇌가 이야기를 만드는 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도파민이 그 이야기를 더 믿게 만듭니다.

수면 시리즈 Vol.1에서 다뤘던 것처럼 도파민은 보상이 일어날 때가 아니라 보상을 예측할 때 분출됩니다.

차트를 보면서 “이거 오를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도파민이 나옵니다.

매수 버튼을 누르기 직전이 가장 도파민이 많이 분출되는 순간이지요.

그리고 가변 보상 스케줄이 작동합니다.

언제 수익이 날지 모릅니다. 어떤 종목이 오를지 모릅니다. 이 불확실성이 도파민 회로를 더 강하게 자극합니다.

매매 행위 자체가 슬롯머신과 같은 구조가 됩니다.

투자의 본질이 흐려지고 매매의 도파민이 전면에 나옵니다.

인간 본성이 드라마를 원하는 이유

이것은 단순히 뇌 화학물질의 문제가 아닙니다. 더 깊은 인간 본성이 작동하고 있지요.

첫째, 즉각 보상을 선호하는 본능입니다.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은 내일보다 오늘을 선택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습니다. 장기 투자의 복리는 수십 년 뒤의 보상입니다. 단기 매매의 수익은 오늘의 보상입니다. 뇌는 본능적으로 오늘을 선택합니다.

둘째, 사회적 비교 본능입니다.

커뮤니티에서 누군가 수익 인증을 올립니다. 뇌가 즉각 반응합니다. “저 사람은 벌었는데 나는 왜 못 버는가.” 이 비교 본능이 충동적 매매를 만들어냅니다.

셋째, 통제감에 대한 욕구입니다.

인간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언가 행동하는 것을 선택합니다. 매매는 그 통제감을 주지만 보유는 그 통제감을 주지 않지요.

그래서 드라마가 됩니다

이 모든 것이 합쳐지면 어떻게 될까요.

좌뇌의 서사 생성, 도파민 가변 보상, 즉각 보상 본능, 사회적 비교, 통제감 욕구.

투자는 드라마가 됩니다.

그리고 나이바우어의 말처럼 그 드라마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차트의 등락이 내 삶의 서사가 됩니다. 수익이 나면 내가 옳은 사람이 되고 손실이 나면 내가 틀린 사람이 됩니다.

투자를 시작한 이유는 어딘가로 사라집니다.


핵심 포인트

좌뇌는 차트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도파민 가변 보상이 매매 행위 자체를 중독적으로 만듭니다. 즉각 보상 본능, 사회적 비교, 통제감 욕구가 드라마를 강화합니다. 이 모든 것이 합쳐지면 투자는 드라마가 됩니다.


드라마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생기는 일

손실이 자아를 흔드는 이유

투자가 드라마가 되는 순간 손실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내가 틀렸다는 증거가 됩니다. 내 판단력이 부족하다는 신호가 됩니다. 심한 경우 내가 실패한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뇌의 좌반구는 끊임없이 “나”라는 서사를 만들어냅니다. 그 서사 안에 투자가 들어오면 투자의 결과가 곧 “나”의 결과가 됩니다.

5% 손실이 납니다. 숫자로 보면 5%입니다. 드라마로 보면 “내가 졌다”입니다.

그래서 손절이 어렵습니다. 손절은 숫자를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틀렸다”를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버블에서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이 종목을 믿는 나”가 서사의 일부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매매 빈도와 수익률의 관계

1990년대, 행동경제학자 테런스 오딘(Terrance Odean)은 개인 투자자들의 실제 매매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과거 데이터에서 매매를 많이 할수록 수익률이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가장 활발하게 매매한 그룹은 가장 적게 매매한 그룹보다 연평균 수익률이 낮게 나타났습니다. (출처: Odean, T., American Economic Review, 1999)

이유가 있습니다.

매매를 많이 한다는 것은 드라마에 더 자주 반응한다는 뜻입니다.

차트가 오를 때마다 서사가 바뀝니다. “이건 오르겠다”고 삽니다. 차트가 내릴 때마다 서사가 바뀝니다. “이건 안 되겠다”고 팝니다.

그 사이 거래 비용이 쌓이고 타이밍 실수가 쌓이고 수익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생깁니다.

드라마에 충실할수록 투자의 본질에서 멀어집니다.

본질을 잃은 투자자가 반복하는 패턴

드라마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투자자에게는 공통적인 패턴이 있습니다.

오를 때 더 삽니다. 드라마가 “이건 계속 오른다”는 서사를 만들어냅니다.

내릴 때 팝니다. 드라마가 “이건 끝났다”는 서사를 만들어냅니다.

결국 비싸게 사고 싸게 파는 것을 반복합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운이 없어.” “시장이 나를 속였어.” “정보가 부족했어.”

드라마의 원인을 자신이 아닌 외부에서 찾습니다.

나이바우어의 말처럼 그 드라마가 현실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드라마 밖에서 볼 수가 없습니다.


핵심 포인트

투자가 드라마가 되면 손실이 자아를 흔듭니다. 손절이 어려운 이유는 숫자가 아니라 “내가 틀렸다”를 인정하기 싫기 때문입니다. 과거 데이터에서 매매를 많이 할수록 수익률이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드라마에 충실할수록 투자의 본질에서 멀어집니다.


투자의 본질로 돌아가는 법

소유의 언어로 돌아가는 것

지난 글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는 집을 “소유”하고 주식을 “보유”합니다. 이 언어의 차이가 뇌의 등록 방식을 바꾸고 장기 보유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

이 글에서 그 이유가 더 명확해집니다.

“보유”는 드라마의 언어입니다. 언제든 팔 수 있고, 언제든 바꿀 수 있는 것. 가격이 오르면 팔고 내리면 또 바꾸는 드라마.

“소유”는 본질의 언어입니다. 이 기업의 일부가 내 것이라는 것. 사업이 성장하면 나도 함께 성장한다는 것. 단기 가격 변동이 드라마가 아니라 그냥 날씨처럼 지나가는 것.

언어를 바꾸면 뇌의 서사가 바뀝니다. 서사가 바뀌면 반응이 바뀌지요.

Prasad — 영원한 소유가 본질인 이유

Pulak Prasad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연선택에서 살아남는 종은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종입니다.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종이 아닙니다. (출처: What I Learned About Investing from Darwin, 2023)

투자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은 드라마에 반응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좋은 기업을 골랐다면 그 기업이 사업을 잘 하고 있는지를 봅니다.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은 드라마의 소음입니다.

Prasad가 말하는 “영원히 소유”는 낭만적 투자 철학이 아닙니다.

드라마에서 빠져나와 본질로 돌아가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처음 투자를 시작한 이유를 기억하는 것

마지막으로 가장 단순한 방법이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나는 왜 투자를 시작했는가.

인플레이션을 이기기 위해서였나요. 자본이 장기적으로 일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였나요. 좋은 기업의 성장에 함께하기 위해서였나요.

그 이유 중 어느 것도 오늘 차트가 3% 빠졌을 때 매도 버튼을 눌러야 하는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 중 어느 것도 커뮤니티의 글 하나에 종목을 바꿔야 하는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처음 이유를 기억하는 투자자는 드라마에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핵심 포인트

“보유”는 드라마의 언어이고 “소유”는 본질의 언어입니다. 언어를 바꾸면 뇌의 서사가 바뀝니다. 드라마에 반응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 투자 환경에 적응하는 것입니다. 처음 투자를 시작한 이유를 기억하는 것이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방법입니다.


드라마 밖에서 투자를 보면

나이바우어의 문장으로 돌아옵니다.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이 드라마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원래 드라마의 본질은 즐기기 위한 것이었는데 말이다.”

투자를 시작할 때 처음에는 알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복리의 마법이라는 것. 시간이 일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것. 조용하고 지루하지만 강력한 것이라는 것.

그런데 차트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커뮤니티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수익과 손실에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라마가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 드라마를 진지하게 살기 시작했습니다.


투자의 본질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기원전 1750년 바빌로니아의 농부와 상인이 맺은 계약. 1602년 네덜란드에서 배를 띄우던 사람들의 결정.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자원을 미래의 더 큰 가치를 위해 내어놓는 행위.

드라마 밖에서 투자를 보면 차트의 등락이 다르게 보입니다.

오늘 3% 빠진 것이 내가 소유한 기업의 가치가 3% 줄어든 것이 아닙니다. 그냥 시장이라는 드라마 무대에서 오늘 그런 장면이 연출된 것입니다.

드라마는 계속됩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처음 투자를 시작한 이유를 기억하는 사람이 드라마에 가장 덜 흔들립니다.


핵심 요약

투자는 자본을 미래의 더 큰 가치와 연결하기 위해 생겼습니다 주식은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사업을 함께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좌뇌 서사, 도파민, 즉각 보상 본능이 투자를 드라마로 만듭니다 드라마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손실이 자아를 흔들고 매매가 늘어납니다 과거 데이터에서 매매가 늘수록 수익률이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유”는 드라마의 언어이고 “소유”는 본질의 언어입니다 처음 투자를 시작한 이유를 기억하는 것이 드라마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입니다


참고 자료

크리스 나이바우어, 뇌는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 (2019), 불광출판사 Pulak Prasad, What I Learned About Investing from Darwin (2023), Columbia University Press Terrance Odean, Do Investors Trade Too Much?, American Economic Review (1999) Daniel Kahneman, Thinking, Fast and Slow (2011), Farrar, Straus and Giroux Richard Thaler, Misbehaving (2015), W.W. Norton & Company


면책 조항

본 콘텐츠는 행동경제학, 신경과학, 투자 철학 연구를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글입니다. 특정 종목 추천이나 투자 조언이 아니며 모든 투자 결정은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필요 시 공인 투자 전문가 또는 금융 자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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