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은 길게, 수익은 짧게 — 전량 매도를 선택하는 뇌의 세 가지 이유

수익이 났을 때 왜 전량 매도를 선택하는 걸까요? 처분 효과, 완결 욕구, 후회 회피. 닉 매기울리의 경고와 뇌과학으로 전량 매도 충동의 정체를 설명합니다.

나는 왜 항상 수익이 나면 전부 팔까요

투자 격언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손실은 짧게, 수익은 길게.”

머리로는 압니다. 옳은 말이라는 것도 알지요.

그런데 저는 항상 반대로 했습니다.

몇 년 전 일입니다.

반도체와 헬스케어 업종이 한동안 조정을 받던 시기였습니다.

그 흐름 속에서 오랫동안 지켜보던 우량주가 충분히 내려왔다고 판단했지요. 재무 구조가 탄탄하고 시장의 일시적 과매도라고 생각했습니다.

매수했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올라오기 시작했지요.

꽤 오른 날이 왔습니다. 처음 살 때 목표를 이미 넘어선 상태였습니다.

그날따라 야근이 길었습니다. 집에 와서 증권사 앱을 열었지요.

“이 정도면 충분하다.”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 “지금 확정하지 않으면 다시 내려올 수 있다.”

전량 매도했습니다.

그날 밤 기분이 좋았습니다. 수익을 확정했다는 안도감. 잘 했다는 느낌.

그로부터 두 달 뒤.

그 주식은 판 가격에서 크게 더 올라있었지요.

반대쪽을 봤습니다.

손실이 난 종목은 아직 들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오르겠지.” “지금 팔면 손해가 확정되잖아.”

그렇게 몇 달을 버텼지요. 그 주식은 더 내려있었습니다.

손실은 길게. 수익은 짧게.

정확히 격언의 반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닉 매기울리는 저스트킵바잉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어떤 매도 방법을 선택해도 괜찮지만, 다만 한 번에 전부를 매도하는 방법은 말리고 싶다.” (출처: Nick Maggiulli, Just Keep Buying, 2022)

이 문장을 읽으면서 왜 나는 항상 전량 매도를 선택했는지 처음으로 제대로 물어보게 됐습니다.

의지력의 문제일까요. 탐욕이 없어서일까요.

아닙니다.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그 걱정이 뇌 안에서 정확히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몰랐던 겁니다.


처분 효과 — 수익이 나면 왜 빨리 팔고 싶어지는가

전망 이론이 설명하는 것

1979년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사람들이 수익과 손실 앞에서 완전히 다르게 행동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출처: Kahneman & Tversky, Econometrica, 1979)

핵심은 이겁니다.

수익 구간에서 인간은 위험 회피자가 됩니다. 손실 구간에서 인간은 위험 추구자가 됩니다.

수익이 난 상황을 생각해봅니다.

“지금 확정하면 이 수익은 확실합니다. 더 기다리면 더 오를 수도 있지만 내려올 수도 있습니다.”

뇌는 불확실성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확실한 수익 앞에서 더 큰 불확실한 수익을 포기합니다.

빨리 팝니다.

손실이 난 상황은 정반대입니다.

“지금 팔면 손실이 확정됩니다. 더 기다리면 회복될 수도 있고 더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이번엔 뇌가 불확실성을 선택합니다. 확실한 손실 확정을 피하기 위해 더 큰 손실 가능성을 감수합니다.

버팁니다.

처분 효과 — 1985년에 이미 증명됐습니다

1985년, 셰프린과 스태트먼은 이 현상을 처분 효과(Disposition Effect)라고 불렀습니다. (출처: Shefrin & Statman, Journal of Finance, 1985)

실제 투자자들의 매매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패턴이 명확하게 나왔습니다.

수익이 난 종목은 빨리 팔고 손실이 난 종목은 오래 들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손실은 길게, 수익은 짧게”의 뇌과학적 정체입니다.

격언이 말하는 이상적인 행동과 뇌가 자동으로 선택하는 행동이 정확히 반대입니다.

왜 전량인가 — 부분 매도가 더 어려운 이유

처분 효과는 왜 부분 매도가 아닌 전량 매도로 이어질까요.

부분 매도를 한다고 가정합니다.

절반을 팔았습니다. 수익을 일부 확정했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절반이 남아있습니다.

“나머지 절반이 내려가면 어떡하지.” “확정한 수익보다 더 오르면 왜 전부 안 팔았나 후회하게 된다.” “애매하게 절반만 파느니 차라리 전부 파는 게 낫다.”

불확실성이 절반만 해소됩니다. 뇌는 그 상태가 불편합니다.

전량 매도는 불확실성을 한 번에 완전히 제거합니다. 이것은 뇌가 자동으로 선택하는 경로입니다. 옳은 선택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핵심 포인트

수익 구간에서 인간은 위험 회피자가 됩니다. 확실한 수익을 빨리 확정하려 하지요. 손실 구간에서는 반대로 위험 추구자가 됩니다. 손실 확정을 피하려 버팁니다. 이것이 처분 효과입니다. 전량 매도는 불확실성을 한 번에 제거하려는 뇌의 자동 반응입니다.


완결 욕구 — 뇌가 열린 것을 불편해하는 이유

게슈탈트 완결 원리와 자이가르닉 효과

심리학에 게슈탈트(Gestalt) 이론이 있습니다.

핵심 중 하나가 완결 원리(Law of Closure)입니다.

뇌는 불완전한 것을 완전하게 만들려 합니다. 열린 것을 닫으려 합니다. 미완성 상태를 불편하게 느낍니다.

점이 원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으면 실제로 원이 그려져 있지 않아도 뇌가 원으로 인식합니다. 빈 공간을 메우려는 본능입니다.

여기에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가 더해집니다.

1927년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르닉(Bluma Zeigarnik)이 발견한 현상입니다. 미완성 과제는 완성된 과제보다 훨씬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출처: Zeigarnik, B., Psychologische Forschung, 1927)

식당 종업원이 아직 계산이 안 된 테이블의 주문은 정확히 기억하지만 계산이 끝난 테이블은 곧 잊어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부분 매도 후 남아있는 포지션이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아직 저 종목이 남아있다.” “오늘 얼마나 됐지.” “내일 어떻게 될까.”

미완성 과제가 뇌를 계속 잡아당깁니다. 전량 매도는 그 잡아당김을 한 번에 끊어냅니다.

이것이 투자에서 어떻게 작동할까요.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는 뇌 입장에서 열린 포지션입니다.

부분 매도 상태에서는 아직 이 종목이 포트폴리오에 있습니다. 계속 신경 써야 합니다. 오를지 내릴지 지켜봐야 합니다. 인지적 부담이 남아있지요.

전량 매도 상태에서는 끝났습니다. 완료됐습니다. 더 이상 신경 쓸 것이 없습니다. 완결됐습니다.

전량 매도 후 느끼는 그 안도감. “잘 됐다”는 기분. 그것이 완결 욕구가 충족됐을 때 뇌가 보내는 신호입니다.

투자를 에피소드로 보는 뇌

드라마 글에서 다뤘던 내용과 연결됩니다.

뇌는 투자를 에피소드로 봅니다.

매수, 보유, 매도는 시작, 전개, 완결의 구조입니다.

에피소드가 완결돼야 다음 에피소드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부분 매도는 에피소드를 애매하게 끝내는 것입니다. 뇌가 좋아하지 않지요.

전량 매도는 에피소드를 완벽하게 닫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량 매도 후 곧 다른 종목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완결 욕구가 충족되면 뇌는 새로운 자극을 찾습니다.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걱정의 정체

이 걱정이 완결 욕구와 처분 효과를 동시에 자극합니다.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말을 뇌는 이렇게 처리합니다.

불확실성을 감지하고 처분 효과와 완결 욕구가 동시에 작동합니다. 그 결과 전량 매도를 선택하고 단기적인 안도를 얻습니다.

그런데 이 안도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두 달 뒤 그 주식이 크게 올라있을 때 새로운 불편함이 시작됩니다.


핵심 포인트

뇌는 열린 것을 닫으려 합니다. 부분 매도는 불완전한 상태를 만들고 전량 매도는 완결 상태를 만듭니다.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처분 효과와 완결 욕구를 동시에 자극합니다. 전량 매도 후의 안도감은 완결 욕구가 충족됐을 때의 신호입니다.


후회 회피 — 자기 비난이 두려운 뇌

행동 후회 vs 비행동 후회

1995년 길로비치와 메드벡은 후회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출처: Gilovich & Medvec, Psychological Review, 1995)

사람들이 경험하는 후회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행동 후회는 무언가를 했는데 결과가 나쁜 경우입니다. 비행동 후회는 무언가를 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아쉬운 경우입니다.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행동 후회가 더 고통스럽습니다. “내가 했기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자기 비난이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비행동 후회가 더 큽니다. “그때 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전량 매도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투자 상황에 대입하면 이렇습니다.

일부만 팔았는데 나머지가 내린 시나리오를 생각해봅니다. “내가 절반만 팔았기 때문에 손실이 났다.” 내 행동이 원인입니다. 자기 비난이 옵니다. 단기적으로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전부 팔았는데 더 오른 시나리오는 다릅니다. “아, 더 올랐네.” 내 행동이 원인이 아닙니다. 시장이 오른 것뿐입니다. 아쉽지만 자기 비난은 없습니다.

뇌는 자기 비난이 따라오는 고통이 기회를 놓친 아쉬움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전량 매도를 선택합니다.

자기 탓이 될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 설령 더 올라도 “내 탓”이 아닌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걱정의 진짜 정체

이제 이 걱정이 무엇인지 명확해집니다.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말은 사실 이런 뜻입니다.

“떨어졌을 때 내 탓이 되고 싶지 않다.”

미래의 자기 비난을 미리 차단하려는 방어 행동.

그것이 전량 매도 충동의 진짜 정체입니다.

처분 효과, 완결 욕구, 후회 회피.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할 때 뇌는 전량 매도를 향해 손을 뻗습니다.


핵심 포인트

단기적으로는 행동 후회가 더 고통스럽습니다. 일부만 팔았다가 내리면 자기 탓이 됩니다. 전부 팔았다가 올라도 자기 탓이 되지 않습니다. 뇌는 자기 비난 가능성을 제거하는 전량 매도를 선택합니다.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걱정의 정체는 미래의 자기 비난을 차단하려는 방어 행동입니다.


닉 매기울리가 전량 매도를 말리는 이유

전량 매도의 실제 비용

닉 매기울리가 전량 매도를 말리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출처: Nick Maggiulli, Just Keep Buying, 2022)

전량 매도는 복리의 연결을 끊습니다.

A 종목을 팔고 B 종목을 삽니다. B 종목도 오르면 또 팔고 C 종목을 삽니다.

이 과정에서 세 가지 비용이 쌓입니다.

첫째, 거래 비용이 매번 발생합니다. 둘째, 수익 실현 시 세금이 발생합니다. 셋째, 팔고 나서 더 오르는 경우 재매수 타이밍 실패가 생깁니다.

그리고 가장 큰 비용이 있습니다.

복리 효과의 단절입니다.

좋은 기업의 주식을 들고 있으면 그 기업의 성장이 복리로 쌓입니다.

팔고 다시 사면 그 복리의 연속성이 끊깁니다.

분할 매도가 뇌에도 투자에도 더 나은 이유

닉 매기울리가 제안하는 방법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전부가 아닌 일부를 파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단순히 투자 전략만이 아닙니다. 뇌를 위한 전략이기도 합니다.

수익이 났을 때 일부를 파는 방식을 생각해봅니다.

뇌가 얻는 것이 있습니다. 확정된 수익으로 처분 효과가 일부 충족됩니다. 완결된 포지션 일부로 완결 욕구가 일부 충족됩니다. 자기 비난 가능성이 줄어들어 후회 회피도 일부 충족됩니다.

투자가 얻는 것도 있습니다. 나머지는 계속 복리로 성장합니다. 재매수 타이밍 실수가 없습니다. 거래 비용이 줄어듭니다.

뇌의 충동을 완전히 무시하지도 않고 완전히 따르지도 않는 구조입니다.

전량 매도 충동을 다스리는 구조 설계

의지력으로 이 충동을 억누르기는 어렵습니다.

처분 효과, 완결 욕구, 후회 회피는 수백만 년의 진화가 만든 본능에 가깝습니다.

대신 구조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예를 들어 수익이 났을 때 일부만 매도하는 규칙을 미리 정해두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 기준은 개인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규칙을 수익이 나기 전에 뇌가 냉정할 때 만들어두는 것입니다.

수익이 나서 흥분한 상태, 편도체가 “지금 확정하라”고 신호를 보내는 상태에서 결정하지 않는 구조입니다.

뇌 상태가 판단을 좌우하지 않도록 판단을 미리 해두는 것.

이것이 번아웃 글에서 다뤘던 “투자 일시정지 선언”과 같은 원리입니다.


핵심 포인트

전량 매도는 거래 비용, 세금, 복리 단절의 비용을 만듭니다. 분할 매도는 처분 효과, 완결 욕구, 후회 회피를 동시에 일부 충족합니다. 의지력이 아닌 미리 정해둔 규칙이 전량 매도 충동을 다스리는 현실적 방법입니다.


손실은 짧게, 수익은 길게가 어려운 이유

처음 격언으로 돌아옵니다.

“손실은 짧게, 수익은 길게.”

이 격언이 옳다는 것을 모르는 투자자는 없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이 반대로 합니다.

이제 이유를 알았습니다.

처분 효과가 수익 구간에서 빠르게 팔게 만들고, 완결 욕구가 열린 포지션의 불편함을 만들고, 후회 회피가 자기 비난 가능성을 차단하려 합니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면 전량 매도는 뇌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나쁜 습관이 아닙니다. 뇌가 최선을 다한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요.

뇌를 바꾸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대신 뇌가 냉정할 때 미리 규칙을 만들어두는 것입니다.

수익이 났을 때 일부만 매도하는 방식을 미리 정해두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이 단순한 접근 하나가 처분 효과, 완결 욕구, 후회 회피를 동시에 다스립니다.

닉 매기울리가 전량 매도를 말리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전량 매도는 복리의 연결을 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연결이 끊기는 순간 투자의 본질에서 한 걸음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핵심 요약

수익 구간에서 인간은 위험 회피자가 됩니다.

처분 효과 열린 포지션은 뇌를 불편하게 만듭니다.

완결 욕구 일부만 팔았다가 내리면 자기 탓이 됩니다.

후회 회피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전량 매도를 선택하게 만듭니다 전량 매도는 거래 비용, 세금, 복리 단절의 비용을 만듭니다.

분할 매도는 뇌의 충동을 일부 충족하면서 복리를 유지합니다.

수익이 나기 전에 미리 규칙을 만들어두는 것이 현실적 방법입니다


참고 자료

Nick Maggiulli, Just Keep Buying (2022), Harriman House Daniel Kahneman & Amos Tversky, Prospect Theory, Econometrica (1979) Hersh Shefrin & Meir Statman, The Disposition to Sell Winners Too Early and Ride Losers Too Long, Journal of Finance (1985) Thomas Gilovich & Victoria Medvec, The Experience of Regret: What, When, and Why, Psychological Review (1995) Bluma Zeigarnik, Uber das Behalten von erledigten und unerledigten Handlungen, Psychologische Forschung (1927) Daniel Kahneman, Thinking, Fast and Slow (2011), Farrar, Straus and Giroux


면책 조항

본 콘텐츠는 행동경제학 및 심리학 연구를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글입니다. 특정 종목 추천이나 투자 조언이 아니며 모든 투자 결정은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필요 시 공인 투자 전문가 또는 금융 자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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